밀리언즈

디밀은 엄청 특이한 거예요 [권단비 재무경영팀 매니저]

 

디밀에 새로 합류한 권단비는 인터뷰에 앞서 걱정이 많았다.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옥 인근 카페로 가는 동안에도 계속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첫 질문을 받자, 처음으로 말 소리가 멎었다.

“다른 질문에는 다 술술술 대답할 수 있는데 저에 대해서는 말을 잘 못하겠어요. 저는 3월 29일에 디밀에 합류한 권단비입니다. 재경팀 막내에요.” 자기소개였다.

 

 

디밀에서는 이메일을 만들고 슬랙 닉네임을 위해서 영어 이름을 하나 만들어야 하잖아요. 단비님은 영어 이름 지을 때 친구들과 상의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친구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해요?

상의하는 친구들은 정해져 있어요.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최근에 친해진 셰어하우스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봐요. 저랑 결이 맞는 친구들이에요.

닉네임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결정하는 편이에요?

혼자서는 결정을 잘 못하겠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묻고 생각을 들어봐요. 다른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판단하죠. 보통 이렇게 결정하는 것 같아요. 제가 신념이 없는 것 같아요. 갈대같아.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스스로 조율하는 건 신념이 있는 것이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제가 세운 기준이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친구들 의견에 좌지우지 되는 것 같아요. 아! 다행인 건 주위에 나쁜 친구가 없다는 거에요. 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의견을 주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배울 점이 보이면 생각하죠. 저건 배워야겠다.

셰어하우스 친구들에게도 물어본다고 했잖아요. 지금 셰어하우스에서 살아요?

지금은 독립했어요. 셰어하우스는 서울에 있는 회사에 합류가 결정되면서 들어가게 되었어요. 너무 급하게 날짜가 정해져서 집을 알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출근은 해야 하는데 고시원은 가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동안 만난 친구들과 잘 맞았나봐요. 고민을 나눌 정도잖아요.

운영했던 분이 파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퇴근하고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환영회, 송별회도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그때 같이 살았던 친구들이랑 여행도 갔어요.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대요. 그러니까 좀 좋더라고요. 우리가 특별했구나.

2019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오래 지냈던 공간에서 떨어져 나왔는데 외롭지는 않아요? 익숙한 공간이 아니잖아요.

제가 뷰티 전공을 했어요. 그러니까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리고 회사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다짜고자 ‘뭐해요, 놀래요?’하고 연락하기도 해요. 같이 대학교를 다녔던 부산 친구들이랑은 서로 사이버 친구라고 놀리면서 지내요. 자주 못보니까요. 그래도 디밀에 와도 사람이 있고 당장 오늘 저녁에 약속을 잡을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아요.

고향은 창원이고,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나왔어요. 부산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일해요. 여러 도시에서 생활을 했는데 서울로 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서울로 오기 전에는 부산에 직장을 잡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마음을 접었죠. 처우나 격주 토요일 근무하는 회사가 꽤 있다거나 젊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등이 아쉬웠죠. 부산 바다는 있지만요. 대구는 정말 더웠던 기억이 있고, 창원은 슬로건대로 살기 좋아요. 도로가 뻥뻥 뚫려 있고, 나무도 많고 봄에 벚꽃도 많이 피고요.

서울은 별거 있나요?

별거 있죠. 슈퍼카들이 도로에 지나가고 식당에서 연예인도 마주치잖아요. 어느 날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정재 배우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문화생활도 많이 달라요. 결정적으로 교통이 정말 잘 되어 있어요. 서울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이 너무 많은 것만 빼면요.

권단비가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살았던 셰어하우스. ©권단비

그리고 이제는 디밀 재무경영팀(이하 재경팀)에 합류했어요. 회계, 재무 전공이 아니었는데 이 직무를 어떻게 선택했어요?

원래 전공은 토탈 뷰티였어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미용과 관련된 건 모두 배웠죠. 가진 미용 자격증이 열 개도 넘어요. 일을 시작했는데 손을 다쳐서 미용 일을 계속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되니까 막막했어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볼까? 그런데 진짜 친한 친구가 자기는 경영지원 쪽으로 편입을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한테 잘 맞는다고 했어요.

진로를 다시 결정해야 할 때도 친구가 도움이 되었네요?

맞아요. 저도 그 친구 따라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막상 회계 공부를 시작했는데 저한테도 잘 맞았어요. 그래서 한국세무사회에서 하는 전산회계 2급 시험에 응시했죠. 다행히 쉬운 시험이라서 합격했어요. 합격하고 나니까 정말 나랑 잘 맞는 것 같았어요.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어요.

회계 업무가 잘 맞는다고 했는데 그럼 미용 보다 더 재밌어요?

아니요. 솔직히 미용 쪽이 더 재밌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분들이랑 대화하면 제가 알 수 없었던 주제들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웠어요. 그런데 회계랑 재무 업무는 사무실 지박령이잖아요. 그래서 미용 쪽이 더 재미있어요. 하지만 회계 업무는 좋아해요.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제 모습을 알게 되었거든요.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했어요?

회계 업무를 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제가 스스로를 꼼꼼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까 제가 생각보다 더 꼼꼼하더라고요.

단비님이 스스로 재능을 깨닫고 소름이 돋은 순간이 있었어요?

꼼꼼하다기 보다 야무진 게 맞는 것 같아요. 전 회사에서 사수도 없이 저 혼자 회계, 총무, 재무를 하는 첫 담당자였어요. 그래서 관련 파일을 받았는데 내용이 다 헝클어져 있는 거죠. 회계는 딱딱 맞춰야 하는 건데, 어긋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부딪히면서 업체마다 전화해서 일일이 확인하면서 맞추어 나갔어요. 그 때 느꼈죠. 내가 이런 부분까지 할 수 있구나. 좀 야무지구나.

야무진 단비님이 디밀에 합류하게 된 이유도 좀 궁금해요. 디밀의 어떤 부분이 제일 끌렸어요?

주 35시간 근무요. 저는 근무 시간이 짧은 게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해요. 입사 지원하면서도 주 40시간이 아니라고? 이게 가능한가? 물음표, 물음표. 진짜로 35시간만 일하는 게 되는 건가? 그래서 할 수 있는 검색은 다 해봤어요.

사실 검색해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잖아요. 어느 사이트를 주로 찾아봤어요?

우선 잡플래닛 검색하고 구글, 네이버 블로그 모두 찾아왔어요. 특히 블로그에 정보가 제일 많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 타운홀 미팅*도 하고 있었고 직원들 사이가 끈끈해 보였어요. 게다가 대표인 헌주님은 신학을 공부하셨잖아요. 회사가 신세계였어요.

*2020년 10월 타운홀미팅 이후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줌(Zoom)과 뉴스레터 콘텐츠 등을 활용해 비대면 타운홀 미팅을 진행 중이다.

오히려 회사가 신세계처럼 보여서 입사 지원을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신기하고 좋았어요. 재무, 회계 쪽은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팀이 어떤 분위기인지 조금 찾아보면 파악이 되거든요. 그런데 디밀은 예측이 안되는 거예요. 게다가 사옥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면접을 보러 회사에 왔는데 건물이 너무 예쁜 거예요. 엄청 잘 되는 회사인가. 그렇게 생각했죠.

디밀 테라스빌딩을 보고 디밀에 더 합류하고 싶어졌어요?

사실 디밀에 합류하고 싶다고 결심한 건 블로그에서 9월 타운홀 미팅 콘텐츠를 보고 난 뒤였어요. 저런 분위기의 회사라면 입사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또래가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을 하기는 했어요.

어때요, 입사하고 나니까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가요?

아직까지는 예상과 같아요. 딱딱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책상이 오픈형인 것도 걱정이 됐는데 오히려 각자 일이 바빠서 파티션이 없어도 자기 일에만 집중하시고, 근황 토크 하기도 좋아요.

대화를 하면서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아요?

세대 차이도 안 느껴져요. 입사하고 CFO(Chief of Financial Officer)인 범수님이랑 밥을 같이 먹는데 줄임말 이야기가 나왔어요. 제가 느끼기엔 범수님이 신세대 언어를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으신 것 같았어요.

신세대 언어라고 하는 것부터 세대 차이가 좀 나는 것 아니에요?

아, 그렇구나. 나나봐요!

범수님은 재무, 회계 업무의 총 책임자인 CFO잖아요. 줄임말 알려달라고 하고, 신세대 언어 배우고 싶어하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 좋아요. 제가 아는 말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어요. “킹받네”같은 말 알려드리고 싶어요. “무야호”는 안다고 하시더라고요.

“뚝딱거리는 것 같아요.” 사진 촬영 내내 권단비는 뚝딱거리는 것 같다며 어색해했다. ©차영우

인터뷰를 하는 날이 디밀에 합류한 지, 딱 일주일째 되는 날이에요. 그래서 오늘 물어봐야 할 것 같았어요. 앞으로 디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연결회계를 배우고 잘 해보고 싶어요. 연결회계라는 게 디밀 본사와 그룹 내 자회사의 재무를 연결시키는 것이에요. 직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회계, 재무, 총무, 인사 등 여러가지 일을 모두 다 했는데 디밀에서는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저는 회계, 재무 파트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요. 그래서 회계, 재무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스타트업에 지원할 때 어떤 목표를 가지고 무슨 마음가짐으로 오시는 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거든요.

재무는 루틴이 있는 업무잖아요. 월 초에는 어떤 일을 해야하고, 월말에는 또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정해져 있으니까요. 디밀 안에서는 연결회계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배우고 싶어요. 그러면 자연히 제 몸값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최종 목표는 아직 없어요. 그냥 지금 맡은 일을 열심히 하자.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새로 배우고 싶은 게 생기겠죠?

지금 디밀 재경팀은 계속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요. 단비님이 면접 준비를 위해 블로그를 읽으셨듯이 또 어느 지원자 분이 이 인터뷰를 읽을지도 모르잖아요. 어떻게 면접을 준비했어요?

우선 잡플래닛에서 면접 후기를 찾아봤죠. 그런데 다 불합격 후기만 있고 합격 후기가 없는 거예요. 큰일났다. 걱정은 됐는데 면접을 잘 볼 자신은 있었어요. 제가 질문을 받으면 대답은 정말 잘 하거든요.

지원하면서 붙을 자신이 있었어요?

채용하는 직무의 업무 설명(JD, Job Discription)을 봤는데,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였어요. 그러니 업무에 대해서 대답을 잘 할 자신이 있었죠. 직무랑 제 능력이 잘 맞아서 면접 준비가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면접을 보고 집에 오니까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더라고요.

앞으로 재경팀에서 같이 일할 동료 분이 둘 중 어떤 분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일이 완성도가 70%지만 마감을 잘 지키는 사람 VS 일의 완성도는 120%지만 마감을 어기는 사람.

70%요. 완벽주의 좋죠. 하지만 저희는 신고 기간처럼 시간을 맞춰야 하는 업무가 많아요. 그걸 어기면 안돼요.

그럼 기간을 지키는 것도 완성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할까요?

예를 들어 신고를 마쳤어요. 그런데 나중에 실수가 발견되잖아요. 그러면 가산세를 내야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항목 하나 때문에 모두 다 뜯어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죠. 고르기 힘드네요. 하지만 마감은 지켜야 해요.

단비님은 어느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마감을 지켜요. 근데 업무를 100%로 맞추기 위해서 야근을 하겠죠? 근무 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지만, 내가 모자랐다? 그럼 야근을 할 것 같아요.

주35시간 근무가 매력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야근을 많이 하면 업무 시간이 늘어나잖아요.

평균으로 따지면 근무 시간이 적은 거니까요. 저에는 4개월동안 매일, 9시 30분 출근 22시 30분 퇴근했어요. 그래서 근무 시간에 제가 더 예민한 것 같아요.

“창원은 도로도 잘 뚫려있고, 벚꽃도 많이 피어요. 슬로건처럼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권단비

지금은 전공과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럼 앞으로도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 커리어와 상관없이 단비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거창한 꿈은 없고, 취미로 떡 케이크 만드는 걸 배우고 싶어요. 레터링은 어려울 것 같은데 앙금 꽃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장사는 안 하더라도 앙금 꽃을 올린 떡 케이크를 만들어서 선물하고 싶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접수조차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배우고 싶어요.

앙금 꽃을 만들고, 미용을 배웠어요. 손을 써서 하는 일을 좋아해요?

약속이 없으면 혼자 밖으로 나가진 않거든요. 2주 동안 집 밖에 안 나간 적도 있어요. 집에서 혼자 네일 아트 하고, 숫자에 맞춰 색칠하는 피포페인팅을 했어요. 손 쓰는 일 좋아해요.

지금까지 손을 써서 했던 일 중에 제일 재밌었던 것이 있었어요?

무엇이든지 할 때마다 재밌어요. 대신 판이 커지면 버거워요. 조금씩, 작은 것들을 해야해요.

뷰티를 전문적으로 배운 단비님이 ‘지금 이 시대의 뷰티’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때문에 체력, 건강 관리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운동뚱>이 유명해졌잖아요. 뚱뚱하더라도 운동을 하면 낯빛이 바뀌었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 이런 것도 뷰티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저도 다이어트 해야하는데.

여러 도시에서 살아온 단비님이 보기에 디밀은 어떤 색이에요?

디밀의 색깔은 블랙. 죄다 블랙 밖에 없어요. 그런데 모든 색깔을 다 섞으면 블랙이잖아요. 디밀이 점점 커지고 있고 다른 사업에 손을 뻗으면서 섞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블랙.

마지막 질문이에요. 자기 소개 한 번 더 부탁드려요.

못하겠어요. 저는 뭘까요? 지금까지 저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저도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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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차영우 PHOTOGRAPHER 권단비, 차영우

DESIGNER 최정현 CONTENTS OWNER 류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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